무삭제 상세 원문 레퍼런스 · 원문 제7장 · 약 18분 독서
가정에서 키우는 법학자의 씨앗 — 연령별 독서·논증·적성 관찰 가이드
초·중·고 시기별 추천 도서, 가정 내 토론 습관, 2주 적성 관찰 체크리스트를 상세히 수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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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판 안내 · 2026년 7월 원고, 10월 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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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 변호사 직종에 최적화된 성격이 따로 있나?
제가 만나는 한국 부모님은 처음 10분 안에 거의 같은 질문을 하세요.
돈 얘기가 아닙니다. 대학 순위 얘기도 아니에요. 비자 얘기는 더더욱 아니고요. 부모님을 밤에 잠 못 이루게 하는 질문은 훨씬 단순하고 그래서 훨씬 불안합니다. "우리 아이가 이 직업에 맞는 사람일까요?"
그 불안, 저는 이해합니다. 여러분은 아이의 미래에 수년의 고민과 돈과 감정을 쏟아 오셨어요.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셨고 아이의 강점과 성향과 좌절을 누구보다 잘 아세요. 그런데 이제 누군가가 — 이 책을 통해 저가 — 법이 아이의 길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길이 아이에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래서 질문에 바로 답하겠습니다. 결론부터요.
아닙니다. 법조계에 최적화된 단 하나의 성격 유형은 없습니다. 그리고 네, 여러분의 자녀는 거의 틀림없이 법에서 잘 쓰일 자질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이 두 문장은 서로 모순되지 않아요. 교외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 가족법 변호사부터 정부에 무역 정책을 자문하는 전문가까지, 법이라는 직업은 수천 개의 서로 다른 역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는 좁은 복도가 아닙니다. 여러 동네를 가진 도시예요. 그러니 진짜 질문은 "우리 아이가 법에 맞는가"가 아닙니다. "법의 어느 부분이 우리 아이에게 맞는가"입니다.
이 장이 하는 일
이 책의 앞부분에서 저는 법률 실무에서 잘 자리 잡는 네 가지 성향 — 분석형, 공감형, 정리형, 설득형 — 을 잠깐 소개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때는 예고편이었어요. 이 장이 본편입니다. 자녀가 법에 맞는지, 적성이란 게 타고나는지 길러지는지, 성적이 어중간해도 괜찮은지 — 부모님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그 질문들을 여기서 정면으로 다룹니다.
먼저 7.1에서는 집에서 직접 해볼 수 있는 적성 관찰 도구를 드립니다. 심리 검사가 아니라,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향을 관찰해서 법률 실무 분야에 대응시키는 체계적인 방법이에요. 7.2에서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다룹니다. 적성은 타고나는가, 훈련되는가. 연구 결과는 분명하고 그 답은 많은 부모님을 놀라게 할 겁니다. 마지막 7.3에서는 성적이 중간인 아이의 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립니다. 반에서 1등도 아니고 꼴찌도 아닌, 그저 눈에 띄지 않는 중간 어딘가의 아이들. 왜 그것이 여러분이 걱정하시는 만큼의 장애물이 아닌지 설명하겠습니다.
변호사가 된 엔지니어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를 다시 말씀드릴게요. 저는 서른두 살에 로스쿨에 들어갔습니다. 학부 전공은 공학이었어요. 경력은 건설과 제조였습니다. 법학 에세이를 써본 적이 없었고 판례를 읽어본 적도 없었으며 사람들 앞에 서서 어떤 입장을 주장해본 적도 없었어요.
법률 적성의 흔한 잣대로 보면 저는 성공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타고난 토론가도 아니었고요. 식탁에서 논쟁하며 자라지도, 웅변 대회에서 우승하며 자라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조용하고 체계적인 사람이었어요. 시스템을 이해하고 문제를 단계별로 푸는 데 유독 강했을 뿐입니다.
공학은 저에게 구조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법은, 막상 들어가 보니, 온통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이 책의 다른 장에서 말씀드린 IRAC라는 틀은 사실상 인간의 문제에 대한 공학적 접근입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지배 원리를 찾고 상황에 적용하고 결과를 말한다. 딱 그 순서예요.
로스쿨에 들어가면서 제 성격이 바뀐 건 아닙니다. 바뀐 것은 그 성격이 가치를 갖는 맥락이었어요. 유능한 엔지니어를 만들던 그 체계적 사고가 이번에는 탄탄한 법률 연구자를 만들었습니다. 기술 도면을 읽던 인내심이 천 페이지짜리 법률 자료를 읽는 데 쓰였고요. 건설 시방서의 오류를 잡던 눈이 비자 신청서의 오류를 잡았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이 된 게 아니에요. 이미 저였던 그 사람을 가치 있게 여겨주는 직업을 찾은 겁니다. 그것이 제가 여러분의 자녀를 위해 함께 찾아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한 가지 당부
저는 심리학자가 아닙니다. 이 장의 도구들은 임상 검사가 아니에요. 관찰에서 나온 실용 안내입니다. 제 자신의 경험, 젊은 한국계 호주 변호사들을 여러 해 멘토링하며 지켜본 것 그리고 제 사무소와 커뮤니티를 거쳐 간 여러 법조인 지망생에게서 알아차린 패턴에서 나온 것이에요.
한 가지 패턴만 미리 말씀드릴게요. 제가 지켜본 한국계 호주 지망생 중에서, 가장 크게 자란 사람들은 처음부터 눈에 띄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말수가 적고 부모님이 "우리 애는 변호사 스타일이 아닌데"라고 걱정하던 아이들이 나중에 깊이 있는 실무자가 되는 경우를 여러 번 봤어요. 반대로, 말 잘하고 사교적이라 모두가 "쟤는 변호사감이지"라고 하던 아이가 정작 글쓰기와 끈기 앞에서 멈춰 서는 경우도 봤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생각보다 나쁜 예측 지표예요.
그러니 이 장을 자녀와의 대화의 출발점으로 쓰세요. 아이의 미래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요. 적성은 나침반이지 감옥이 아닙니다. 방향을 가리킬 뿐, 방 안에 가두지 않아요.
7.1 우리 아이 적성, 변호사 되기에 맞을까?
구체적인 것을 드리겠습니다. 이론도 아니고 응원도 아니고 도구입니다.
집에서 쓸 수 있는 체계적인 적성 관찰 틀이에요. 아이의 협조도, 인지도, 허락도 필요 없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거든요. 관찰하는 겁니다. 좋은 코치가 어린 선수에게 어느 포지션이 맞을지 정하기 전에 며칠 지켜보는 것처럼요.
법률 적성의 세 축
제가 오랜 실무에서 함께 일하고 멘토링하고 관찰한 변호사들은, 모두 세 개의 기본 축 위 어딘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건 성격 유형이 아니에요. 차원입니다. 누구나 어딘가에 위치하는 스펙트럼이죠. 여러분의 자녀가 각 축에서 어디쯤 있는지 이해하면, 어떤 표준화된 검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축 1은 논리와 창의성입니다. 한쪽 끝에는 순수한 논리형 아이가 있어요. 이 아이는 수학 문제를 즐거움으로 풉니다. 레고(Lego)를 설명서 그대로 조립하고 규칙과 시스템과 명확한 답을 좋아해요. 열린 질문을 던지면, 답하기 전에 먼저 질문의 범위를 좁힙니다. 다른 쪽 끝에는 창의형 아이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지어내고 남들과 다른 해법을 찾고 레고를 조립할 때 설명서를 무시하고 설계자도 상상 못 한 걸 만들어요. 규칙을 주면 곧바로 그 규칙이 안 통하는 상황을 상상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부모님이 모르시는 게 있어요. 법조계는 양쪽 다 필요합니다. 논리형은 법령 해석가, 규제 준수 전문가, 빈틈없는 계약서를 쓰는 계약법 변호사가 됩니다. 창의형은 남들이 못 보는 주장을 찾아내는 소송 변호사, 새로운 해결책을 보는 정책 자문가, 막힌 분쟁을 양측이 받아들일 거래로 재구성하는 협상가가 되고요. 대부분의 아이는 극단에 있지 않아요. 중간 어딘가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 기울기가 중요해요. 기록해 두세요.
축 2는 내향과 외향입니다. 이 축이 한국 부모님을 가장 많이 혼란스럽게 합니다. 변호사는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목소리 크고 사교적이고 사람들 앞에서 편안한 사람. 변호사의 이미지가 법정에서 방을 장악하는 변론자니까요. 그런데 그 이미지는 변호사가 실제로 하는 일의 아주 작은 일부만 대표합니다.
내향형은 법률 실무에서 큰 강점을 가져요. 사람 많은 방에서의 잡담보다 깊은 대화 하나를 좋아하는 아이, 혼자서 에너지를 채우는 아이,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아이 말입니다. 리서치는 혼자 하는 일이에요. 문서 검토도 혼자 하는 일이고요. 법률 글쓰기는 — 어쩌면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기술인데 — 깊이 내향적인 활동입니다. 문제와 법 체계와 빈 화면을 앞에 두고 혼자 앉아서 생각하고 쓰고 고치고 다시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가장 뛰어난 변호사 중에는 군중 속에서 절대 눈에 안 띌 사람들이 있어요. 조용하고 과묵하지만 복잡한 사건을 앞에 두고 사흘을 주면 결과를 바꾸는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외향형은 법정 변론, 의뢰인 관리, 사업 개발에서 빛나요. 내향형은 리서치, 글쓰기, 분석, 자문에서 빛나고요. 둘 다 빠지면 안 됩니다. 어느 쪽이 더 우월하지도 않아요. 여러분의 자녀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사실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학교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온 아이가 친구에게 전화하고 싶어 하나요, 아니면 방문을 닫고 싶어 하나요? 그게 답이에요.
축 3은 말과 글입니다. 어떤 아이는 말로 생각을 풉니다. 소리 내어 사고하고 쉽고 힘차게 설명하고 수업 토론을 이끌고 식탁에서 정교한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부모를 말문 막히게 하는 언변으로 자기 입장을 변호해요. 다른 아이는 글로 생각을 풉니다. 대화에서는 더 조용하지만 종이 위에서는 유창해요. 문자 메시지가 말보다 길고 사려 깊고 일기를 쓰고 이야기를 쓰고 복잡한 걸 설명해 달라고 하면 "적어서 보여줄게요"라고 합니다.
법에서는 두 기술 모두 필수지만 서로 다른 자리로 이끕니다. 말형 아이는 법정 변론, 조정, 의뢰인 상담 쪽으로 끌리고 글형 아이는 문서 작성, 리서치, 진술서, 항소 업무 쪽으로 끌려요. 호주 법률 시스템에서는 서면이 특히 큰 무게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소심에서는 구두 변론에 앞서 서면 논고를 먼저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라, 글을 잘 쓰는 아이는 경력 내내 이어지는 구조적 이점을 가져요. 다시 한번, 자녀가 실제로 어디에 해당하는지 기록하세요. 여러분이 바라는 곳이 아니라요.
집에서 하는 적성 관찰 체크리스트
실용적인 체크리스트입니다. 앞으로 2주간, 일상 속에서 자녀를 관찰하세요. 무엇을 하는지 아이에게 알리지 마시고요. 그냥 지켜보시면 됩니다. 각 항목에 1점(드물다)부터 5점(늘 그렇다)까지 점수를 매기세요.
파트 A — 분석과 논리. 이야기나 규칙, 지시에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을 찾아낸다.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나 "어떻게"를 묻는다. 퍼즐, 전략 게임, 조립을 즐긴다. 여러 단계의 지시를 흐트러짐 없이 따른다. 불공평한 상황을 알아차리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파트 B — 소통과 설득. 의견이 다를 때 자기 관점을 또렷하게 설명한다. 상대에 따라 말하는 방식을 바꾼다. 이야기나 사건을 짜임새 있고 설득력 있게 전한다. 요청하면 한 문제의 양쪽 입장을 모두 주장할 수 있다. 나이에 비해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평균 이상이다.
파트 C — 공감과 대인 감각. 누군가 기분이 상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을 알아차린다. 다른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거나 조언을 구하러 온다. 상대 말에 동의하지 않아도 참고 끝까지 듣는다. 특정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 설명한다. 부탁하지 않아도 친구나 형제 사이의 다툼을 중재한다.
파트 D — 정리와 끈기. 책상, 노트, 물건을 적당히 정리해 둔다. 계속 재촉하지 않아도 과제를 끝까지 해낸다. 문제가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나이에 비해 시간 관리를 무난히 한다. 끝났다고 하기 전에 자기 결과물을 한 번 확인한다.
파트 E — 호기심과 탐구. 궁금하면 스스로 찾아본다. 학교 과제 밖의 내용을 읽거나 본다. 답을 얻은 뒤에도 이어지는 질문을 한다. 시사나 사회 문제, 사물의 작동 원리에 관심을 보인다. 깊이 빠진 주제에 오래 몰입할 수 있다.
결과 읽는 법
이건 합격·불합격 시험이 아닙니다. 최저 점수 같은 것도 없어요. 관찰 결과는 이렇게 읽으시면 됩니다.
A와 D가 함께 높으면 — 논리와 정리 — 아이는 거래 전문, 규제 전문, 준법 전문 변호사의 결이 있습니다. 정리형이에요. 어울리는 분야는 기업법, 부동산 거래, 세법, 지식재산권, 이민 준수 업무입니다.
B와 A가 함께 높으면 — 소통과 논리 — 소송 변호사나 법정 변론자의 결입니다. 분석력으로 뒷받침되는 설득형이에요. 어울리는 분야는 상사소송, 형법, 행정법, 고용법입니다.
C와 B가 함께 높으면 — 공감과 소통 — 의뢰인을 마주하는 자문가, 가족법 변호사, 커뮤니티 법률가의 결입니다. 공감형이에요. 어울리는 분야는 가족법, 이민 의뢰인 자문, 인신상해, 노인법, 커뮤니티 법률센터입니다.
E와 A가 함께 높으면 — 호기심과 논리 — 법률 연구자, 정책 자문가, 학자의 결입니다. 분석형이에요. 어울리는 분야는 헌법, 국제법, 법률 정책, 법 개혁, 항소 업무입니다.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나온다면, 그건 문제가 아니라 이점입니다. 균형 잡힌 아이는 법의 여러 분야에서 성공할 유연성을 가져요.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이 아니라 들어간 뒤에 전문 분야를 찾게 될 겁니다. 한두 영역에서 낮게 나와도 역시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기술이지 고정된 특성이 아니거든요. 7.2에서 나이대별로 어떻게 길러줄 수 있는지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IRAC 퀵 테스트
법적 사고의 잠재력을 빠르게 한 번 보고 싶다면, 이걸 해보세요. 자녀에게 간단한 일상 분쟁을 하나 주고 IRAC라는 틀로 풀어보라고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이요. "친구가 3주 전에 네 책을 빌려갔는데 아직 안 돌려줬어. 두 번이나 말했지. 친구는 자꾸 깜빡한대. 그런데 5일 뒤 마감인 학교 과제에 그 책이 꼭 필요해.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아이에게 네 단계로 답해 보라고 하세요. 첫째, 쟁점(Issue) — 정확히 뭐가 문제인가. 둘째, 규범(Rule) — 어떤 약속이나 기대가 적용되는가. 셋째, 적용(Application) — 그 약속이 이 상황에 어떻게 맞아떨어지는가. 넷째, 결론(Conclusion) — 그래서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완벽한 답을 찾으려는 게 아니에요. 그 틀이 아이의 사고를 더 또렷하게 만들어 주는지를 보는 겁니다. 아이가 여기에 흥미를 느끼고 이 틀이 생각을 만족스럽게 정리해 준다면 그건 강한 신호예요. 법학 교육은 바로 이 본능 위에 쌓아 올리거든요. 다만 처음 IRAC를 접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아이는 "규범"과 "결론"을 자꾸 헷갈리고 어떤 아이는 네 칸을 다 채우려다 오히려 갇혀요. 그건 실패가 아니라 배움의 초입입니다. 첫 시도가 어색한 것과 재능이 없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예요.
만약 모든 항목에서 낮게 나온다면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거의 모든 항목에서 1이나 2를 받았다면, 지금 이 순간의 아이에게는 법이 가장 잘 맞는 분야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이 핵심 단어예요. 열 살 아이는 열다섯 살이 되면 같은 사람이 아니고 열다섯 살은 스물두 살이 되면 또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시간표로 자라거든요. 이 체크리스트의 자질 중 일부는 청소년기 후반이나 심지어 성인 초기까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요.
저 역시 청소년기 내내 말로 하는 소통 점수가 낮았습니다. 타고난 연설가가 아니었고 대화에서 설득력이 있지도 않았어요. 열다섯 살에 누가 이 체크리스트를 줬다면 제 B 점수는 잘해야 평범했을 겁니다. 그런데 서른두 살이 됐을 때, 같은 기술이 로스쿨을 우등 성적(Honours)과 과목 수석상으로 마칠 만큼 자라 있었어요. 발달은 직선으로 가지 않습니다. 늘 예측대로 가지도 않고요. 그리고 절대 끝나지 않아요. 다음 절에서 그 이유를 보여드리겠습니다.
7.2 우리 아이 적성, 길러질 수 있을까?
짧은 답은 '네'입니다. 적성은 운명이 아니에요. 기술은 훈련됩니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한 연구는 압도적이에요.
먼저 틀부터 바꿔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한국 부모님이 이 문제를 "우리 아이가 X가 약한데, 고칠 수 있나요?"라고 물어요. 그런데 그 '고친다'는 틀 자체가 문제의 일부입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고쳐질 필요가 없어요. 자라날 필요가 있는 거죠. 결함을 교정하는 것과 역량을 키우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씨앗은 고칠 필요가 없습니다. 흙과 물과 햇빛과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씨앗은 이미 자기가 될 것에 필요한 모든 걸 안에 담고 있습니다. 부모의 일은 씨앗의 모양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자랄 조건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어떤 씨앗은 빨리 자라고 어떤 씨앗은 여러 해가 걸리고 어떤 씨앗은 직사광선을 견디기 전에 그늘이 필요합니다. 그중 고장 난 씨앗은 하나도 없어요.
연구가 말하는 것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연구는 너무 널리 인용된 나머지 진부하게 취급될 위험마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밑바탕의 과학은 탄탄해요. 드웩이 30년 넘게 쌓아 온 연구는 하나의 분명한 패턴을 보여줍니다.[F07003] 자기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아이 — "나는 원래 수학 머리가 아니야" — 는, 능력이 자랄 수 있다고 믿는 아이 — "아직 수학을 못 익혔을 뿐이야" — 보다 측정 가능하게 낮은 성과를 냅니다.[F07011] 차이를 만드는 건 재능이 아니에요. 재능에 대한 믿음입니다.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의 그릿(grit) 연구는 다른 각도에서 같은 점을 강화합니다. 그릿은 장기 목표를 향한 꾸준한 열정과 끈기를 뜻해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더크워스는, 그릿이 IQ나 표준화 시험 점수, 초기 재능 평가보다 까다로운 환경에서의 성공을 더 믿을 만하게 예측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F07004] 웨스트포인트(West Point) 사관학교에서는, 그릿 점수가 높은 후보생이 체력이나 학업 적성 점수가 높은 후보생보다 혹독한 비스트 배럭스(Beast Barracks) 훈련을 끝까지 완수할 가능성이 더 높았어요.[F07005]
한국 부모님께는 이 얘기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한국 교육 문화는 이미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고 있어요. 노력은 낯선 개념이 아니잖아요. 다만 한국 문화가 가끔 잘못 짚는 것은 노력의 방향입니다. 노력을 하나의 좁은 방향으로만 — 모든 과목 최고 성적, 모든 시험 최고 점수 — 쏟아야 한다는 가정이요. 더 나은 접근은, 아이가 택할 직업에서 실제로 중요한 특정 역량을 향해 노력을 전략적으로 흘려보내는 겁니다.
법조계는 여러분의 자녀가 모든 걸 잘하기를 요구하지 않아요. 특정한 몇 가지 기술을 매우 잘하기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전부 훈련 가능해요.
다섯 가지 핵심 법률 기술, 그리고 기르는 법
법률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기술을 말씀드리고 나이대별로 어떻게 길러줄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첫째, 비판적 사고입니다. 주장을 평가하고 숨은 전제를 찾고 추론의 허점을 감지하고 강한 증거와 약한 증거를 구별하는 능력이에요. 모든 법적 분석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IRAC 자체가 비판적 사고를 구조화한 연습이에요.
기르는 법은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6~10세라면, 아이가 의견을 말할 때마다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물어보세요. 몰아붙이려는 게 아니라 추론을 눈에 보이게 하려는 겁니다. 전략 보드게임을 하고 규칙의 논리를 함께 따져보세요. 11~14세라면 식탁에서 체계적인 토론을 시작하세요. 뉴스에서 주제를 골라 아이에게 한쪽을 주장하게 한 다음, 입장을 바꿔 반대쪽도 주장하게 하는 겁니다. 15~18세라면 논증을 요구하는 과목 — 역사, 경제, 철학 — 을 권하세요. 정답 없는 윤리 딜레마를 토론하되, 목표는 "정답"에 이르는 게 아니라 추론의 과정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둘째, 글쓰기입니다. 생각을 명확하고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글로 옮기는 능력이에요. 법률 실무는 무엇보다 글 쓰는 직업입니다. 변호사는 진술서, 계약서, 자문서, 비망록, 정책 문서, 편지를 써요. 명확하게 못 쓰는 변호사는 말을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일하기 어렵습니다. 서면이 큰 무게를 갖는 호주에서는 특히 그래요.
6~10세라면 어떤 글쓰기든 권하세요. 일기, 이야기, 가족에게 쓰는 편지, 하루를 적는 글. 문법을 집요하게 고치지 마시고 생각을 글자로 옮기는 습관부터 만드세요. 11~14세라면 구조 있는 글쓰기를 도입하세요. 서론·본론·결론이 있는 글, 독후감, 의견문. 이 나이의 핵심은 생각을 논리적 순서로 배열하는 법을 익히는 겁니다. 15~18세라면 정밀함에 집중하세요. 모든 문장이 제 몫을 해야 합니다. 에세이 비중이 높은 과목을 권하고 가능하면 학교 신문이나 토론 브리프를 쓰게 하세요. "표현하는 글쓰기"에서 "설득하는 글쓰기"로의 전환이 이 시기에 일어납니다.
셋째, 리서치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찾고 신뢰성을 평가하고 하나의 이해로 엮어내는 능력이에요. 법률 리서치는 실무의 뼈대입니다. 모든 자문서, 모든 진술서, 모든 계약 검토가 리서치에서 시작해요. 맞는 판례와 맞는 법령을, 그것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가치를 전합니다.
6~10세라면, 아이가 질문할 때 늘 바로 답하지 마세요. 대신 "같이 찾아보자"라고 하는 겁니다. 도서관에 가고 함께 검색하며 지식은 수동적으로 받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는 것임을 보여주세요. 11~14세라면 집에서 리서치 과제를 내주세요. "호주 의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 가지를 찾아봐" 같은 것이요. 자료를 평가하는 법도 가르치세요. 왜 정부 사이트가 아무 블로그보다 믿을 만한지요. 15~18세라면 학술적 습관을 권하세요. 각주, 여러 출처, 교차 확인. 각주까지 갖춘 잘 조사된 에세이를 고등학교 때 쓸 수 있다면, 이미 많은 로스쿨 1학년보다 앞서 있는 겁니다.
넷째, 말하기입니다. 대화와 발표와 구조적 논증에서 생각을 또렷하게 전하는 능력이에요. 글쓰기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말하기는 의뢰인 미팅, 협상, 법정 출석, 네트워킹에서 중요합니다. 회의에서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변호사는 서면이 아무리 좋아도 신뢰를 잃어요.
6~10세라면 식당에서 아이가 직접 주문하게 하고 전화로 직접 예약하게 하세요. 동생이나 사촌에게 뭔가를 설명하게 하는 것도 좋고요. 부담 없는 발언 기회 하나하나가 자신감을 쌓습니다. 11~14세라면 학교 발표, 연극 수업, 토론 클럽을 시키세요. 이건 사치스러운 과외가 아니라 미래 변호사의 훈련장입니다. 아이가 수줍음이 많다면 저녁 식탁에서 가족에게 하는 2분 발표부터 시작해 넓혀 가세요. 15~18세라면 가능하다면 정식 디베이트, 모의재판(mock trial), 웅변 대회를 권하세요. 매일 낯선 사람과 대화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조차 어떤 강좌보다 빠르게 말하기를 길러 줍니다.
다섯째, 감정적 회복력입니다. 비판과 좌절과 압박과 모호함을 무너지지 않고 다루는 능력이에요. 법은 갈등의 직업입니다. 의뢰인은 고통 속에 있고 상대는 적대적이고 판사는 엄격하고 마감은 움직이지 않아요. 압박에 무너지고 비판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변호사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실제로 한 웰빙 연구에서는 호주 법률 전문가의 약 60%가 중등도 이상의 심리적 고통을 보고했어요.[F07006] 회복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장비입니다.
6~10세라면 감당할 만한 실패를 겪게 하세요. 모든 좌절에서 아이를 구출하지 마시고요. 게임에서 지면 "그래도 넌 최고야"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고 대신 "속상했지. 다음엔 뭘 다르게 해볼까?"라고 물어보세요. 좌절을 일상으로 만드는 겁니다. 11~14세라면 실제 결과가 따르는 책임을 주세요. 숙제를 잊으면 선생님을 직접 마주하고 용돈 관리를 잘못하면 부족한 채로 지내게 하는 거죠. 이 작은 책임의 순간들이 나중에 더 큰 판돈을 감당할 감정의 골격을 만듭니다. 15~18세라면 피드백이 직접적이고 때로 냉정한 활동 — 경쟁 스포츠, 공연, 학술 대회 — 을 권하세요. 자기 감정에 이름 붙이는 능력을 길러 주시고요. 느끼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게 그것을 다스리는 첫걸음입니다.
늦게 피는 꽃
이 글을 읽으며 "우리 애는 벌써 열다섯인데 이 기술 중 잘 자란 게 하나도 없어요. 시기를 놓친 건 아닐까요?"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니요.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제 자신이 그 증거예요. 서른두 살의 제 영어 작문은 기능적이었지만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발표 기술은 초보 수준이었고 리서치 능력은 공학 데이터베이스에 갇혀 있었어요. 비판적 사고는 강했지만 법률 방법론으로 훈련된 적이 없었고 회복력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적대적인 전문 환경에서 시험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로스쿨은 이 다섯 기술을 전부 빠르고 철저하게 길러 줬어요. 제가 절박하게 동기부여되어 있었고 교육 환경이 정확히 그 역량들을 쌓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스쿨이란 원래 그런 곳이에요. 여러분이 이 기술을 완성된 채로 도착한다고 가정하지 않습니다. 원재료 — 호기심, 끈기, 논리적 사고의 기본기 — 를 가지고 온다고 가정하고 나머지를 빚어 줍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자녀는 완성품으로 로스쿨에 도착할 필요가 없어요. 배우려는 의지를 가진 학생으로 도착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전부 쌓아 올릴 수 있어요.
타고남과 길러짐, 정직한 균형
길러짐 쪽을 과장해서 팔고 싶지는 않습니다. 유전은 인지 능력과 기질과 성향에 분명히 한몫을 해요. 어떤 아이는 자연스럽게 더 분석적이고 어떤 아이는 자연스럽게 더 공감적이며 어떤 아이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언어적 유창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비판적 사고와 구조적 글쓰기와 감정적 회복력에 체계적으로 노출된 아이가, 이런 개발을 한 번도 받지 못한 "타고난 재능" 아이를 앞지르는 경우를 저는 반복해서 봤어요. 타고난 재능은 출발선을 앞당길 뿐, 결승선까지 데려다주지는 못합니다.
한국 교육 시스템이 이미 이 점을 — 나름의 불완전한 방식으로 — 증명하고 있어요. 한국 학생들이 국제 평가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건 유전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투자 때문입니다. 문제는 노력이 아니에요. 노력의 방향입니다. 이 장은 바로 그 노력을, 법조계에서 실제로 성공을 가르는 기술들 쪽으로 다시 겨누는 이야기예요.
7.3 우리 아이 성적이 어중간한데, 어떡하죠?
이 절은 다수를 위한 것입니다. 상위 5%도, 하위 5%도 아닌, 그 거대하고 불안하고 조용한 중간을 위한 것이요.
여러분의 자녀는 괜찮은 성적을 받습니다. 뛰어나지도, 낙제하지도 않아요. 선생님이 칭찬하려고 이름을 부르는 학생도, 걱정해서 부르는 학생도 아니에요. 어떤 과목은 그런대로 잘하고 어떤 과목은 눈에 안 띄게 중간 어딘가에 있죠. 성적표에는 "만족스러움", "꾸준히 노력함", "향상의 여지가 있음" 같은 말이 적혀 있고요. 그리고 여러분은 "만족스러움"이 법률 경력을 쌓기에 충분한지 밤새 고민하십니다.
수십 년 전 한국에서 바로 그 어중간한 학생이었던 저에게 누군가 해줬으면 했던 말을 해드릴게요. 어중간한 성적은 어중간한 잠재력을 뜻하지 않습니다. 어중간한 지능을 뜻하지도, 어중간한 운명을 뜻하지도 않아요. 그저 여러분의 자녀가 아직 자기에게 불을 붙이는 것을 못 찾았다는 뜻일 뿐입니다.
전교 1등 변호사라는 신화
한국 가정에는 유독 강한 믿음이 있어요. 오직 최상위 학생만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요. 이 믿음은 한국 법률 시스템에 뿌리가 있습니다. 옛 사법시험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성적을 요구했고 지금의 로스쿨 체제도 학부 성적에 큰 비중을 두니까요. 한국에서 성적과 법률 경력의 연결은 직접적이고 가혹합니다.
호주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호주 로스쿨 — 특히 다른 전공 출신 대학원생을 받는 법학박사(JD) 과정 — 은 지원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네, 성적은 중요해요. 하지만 유일하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한국식의 생사를 건 강도로 가중되지도 않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볼게요.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JD는 법학 이외 분야의 학사 학위를 요구하고 지원자를 이전 학업 성적에 따라 실력 순으로 줄 세워 선발합니다.[F07008] 멜버른 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JD는 학부 성적(WAM/GPA)만으로 선발해요. 여기서 부모님이 꼭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멜버른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SAT)을 선발 기준으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자기소개서도, 면접도, 추천서도, 경력도, 과외 활동도 보지 않아요. 오직 학부 성적만 봅니다.[F07009] 모나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는 학업 기록을 주된 기준으로 삼되, 최근 8년간 정규 학업을 하지 않은 지원자에게는 이력서와 개인 진술서를 함께 요구합니다.[F07010]
이 대목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어요. 많은 한국 부모님이 미국 드라마나 소문을 통해 "호주 로스쿨도 LSAT을 봐야 한다"고 알고 계시거든요. 멜버른, 시드니, ANU 같은 최상위 JD 과정은 LSAT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미국식 적성시험 준비에 매달리기 전에, 지망 대학의 실제 입학 요건부터 확인하세요.
저는 학부를 크레딧(credit) 평균으로 겨우 통과한 성공적인 호주 변호사들을 만났습니다. 로스쿨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중견 로펌 파트너들도 만났고요. 과목을 낙제하고 재수강한 배리스터도 만났습니다. 법조계는 로스쿨 도중과 이후에 자라나는 기술로 사람을 걸러내지, 그 이전의 성적만으로 걸러내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3년 안에 이 직업을 떠난 전교 1등 출신들도 많이 봤습니다. 압박, 모호함, 의뢰인을 마주하는 현실을 감당하지 못해서요. 성적은 성적을 예측합니다. 직업 성과의 예측치로는 불완전해요.
법학 강의실의 엔지니어
제 이야기를 자꾸 꺼내는 건, 그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문학 학생이 아니었어요. 한국 부모님이 법률 적성과 연결짓는 과목 — 문학, 철학, 정치학 — 을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공학을 공부했어요. 학부 성적은 좋았지만 특출나진 않았고요. 법과 무관한 기술 분야에서 10년을 보냈습니다. 서른두 살에 첫 JD 강의에 들어갔을 때, 저는 평생 아이디어를 읽고 쓰고 토론하며 살아온 학생들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저는 하중 계산을 하고 건설 일정을 검토하며 살았고요. 서류상으로는 그 방에서 가장 준비가 덜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공학 배경이 순수 인문학 학생에게는 없는 이점을 줬어요. 복잡한 규제 체계를, 공학 표준을 읽던 것과 똑같은 체계적 방식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엔지니어는 매일 복잡성을 다루니까, 방대한 정보에 압도되지 않고 관리할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어요. 이것이면 저것이다 — 바로 법적 분석이 요구하는 그 사고요.
저는 최우등으로 졸업했습니다. 그 방에서 제일 똑똑해서가 아니에요. 전혀 다른 분야에서 기른 기술이 법학에 곧바로 옮겨졌기 때문입니다. 공학에서 받은 성적은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제가 쌓은 사고 습관은 값을 매길 수 없었고요. 자녀의 지금 성적은, 특정 교육 맥락에서 아이가 무엇을 해왔는지를 말해 줍니다. 다른 맥락에서 — 다른 요구, 다른 동기, 다른 판돈을 가진 맥락에서 —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아요.
중간 성적이 법률 실패를 예측하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첫째, 동기가 모든 것을 바꿉니다. 아이가 어중간한 성적을 받는 가장 흔한 이유는 능력 부족이 아니에요. 동기 부족입니다. 지루하고 요점을 못 느끼고 과목이 자기 관심과 동떨어져 있는 거죠. 그래서 버틸 만큼만 하고 뛰어날 만큼은 안 합니다. 지금 환경에 뛰어나고 싶게 만드는 게 없으니까요.
로스쿨은 다릅니다. 학생이 강의실에 앉아, 그 사건이 실제 사람과 실제 불의와 "사회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가"라는 진짜 질문을 담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 뭔가가 일어나요. 내용이 살아납니다. 고등학교 역사를 대충 넘기던 학생이 갑자기 헌법에 깊이 빠져들어요. 더 이상 추상이 아니라 권력과 공정함과 실제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규칙에 관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변화를 몇 번이고 봤습니다. 자기를 몰입시키지 못하는 환경에서 "평균"이던 학생이, 몰입시키는 환경에서는 "탁월"해지는 것을요.
둘째, 호주의 입학 경로는 다양합니다. 호주 법학 교육에는 단 하나의 관문이 없어요. 여러 진입점이 있고 그중 몇몇은 전통적인 학업 틀에 맞지 않는 학생을 위해 특별히 설계되어 있습니다.
법학박사(JD)는 모든 분야 졸업생에게 열린 대학원 학위예요. 과학, 경영, 공학, 인문학, 보건 — 무엇을 공부했든 JD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학부 전공이 "법"일 필요도, 호주 대학일 필요도 없어요. 국제 학위도 평가되어 인정됩니다. 이와 별개로, 일부 대학은 성적이 표준 기준에 못 미치는 학생을 위한 브리징 코스나 디플로마 과정을 둡니다. 한두 학기 동안 구조화된 학습으로 역량을 입증하면 정규 법학 학위로 전환할 수 있어요. 또 21세 이상 지원자는 종종 더 넓은 기준 — 직업 경험, 커뮤니티 참여, 개인 진술서, 대학 수학 능력의 입증 — 으로 평가됩니다. 인생 경험이 불완전한 학업 기록을 보완할 수 있다고 대학이 인정하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LSAT 이야기를 한 번 더 짚겠습니다. 멜버른처럼 상위 JD 과정은 LSAT을 요구하지 않지만 일부 다른 경로에서는 적성시험이 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시험은 축적된 지식이 아니라 추론과 분석 능력을 잽니다. 그러니 고등학교의 암기식 학습에서 헤맸지만 논리적 사고에 강한 학생은, 성적과 무관하게 이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어요. 시스템은 과거 성과를 보상하려고만 설계된 게 아니라 잠재력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에게는 생각보다 더 많은 문이 열려 있어요.
셋째, 가장 중요한 기술은 성적으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7.2에서 말씀드린 다섯 가지 핵심 기술 — 비판적 사고 글쓰기, 리서치, 말하기, 감정적 회복력 — 로 돌아가 보세요. 그리고 자문해 보세요. 이 중 몇 개가 자녀의 중학교 성적표에서 의미 있게 측정되나요?
학교 성적은 주로 내용 암기, 시험 기술, 채점 기준 준수를 잽니다. 모호한 사실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세우는 능력은 재지 않아요. 고통받는 의뢰인의 말을 듣고 그 공황을 법률 전략으로 바꾸는 능력도 재지 않고요. 하나의 논점을 붙들고 모든 것을 바꾸는 판례를 찾을 때까지 사흘을 파고드는 끈기도 재지 않습니다.
성적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에요. 성적에는 가치가 있어요. 기본 학업 역량, 학습 습관, 외부 기준을 충족하는 능력을 보여주니까요. 다만 넓은 인간 역량에 비하면 좁은 잣대라는 겁니다. 영어에서 B+를 받지만 집에서 멋진 소설을 쓰는 아이는 성적이 못 잡아내는 글쓰기 재능을 가진 거예요. 수학에서 C를 받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정교한 전략 논쟁을 벌이는 아이는 어떤 시험도 재지 않는 분석력을 가진 거고요. 성적표 너머를 보세요. 아이 전체를 보세요. 호주 로스쿨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고 여러분도 그러셔야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자녀의 성적이 중간이라 걱정되신다면, 실용적인 조언을 드릴게요.
첫째, 재앙적 사고를 멈추세요. 고등학교의 중간 성적이 법으로 가는 문을 닫지 않습니다. 호주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길이 조금 더 길 수는 있어요. 계획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문은 열려 있습니다.
둘째, 학부 학위에 집중하세요. 자녀가 학부에서 법을 전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걸 먼저 공부하고 — 과학, 상경, 공학, 국제관계 — 그다음 JD로 가는 데는 강한 논거가 있어요. 학부 시절은 법률 시장에서 아이를 차별화할 고유한 지식 기반을 쌓을 기회입니다. 공학 학위를 가진 이민법 변호사는 건설업 비자 신청을, 순수 법학 졸업생은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이해해요. 회계 학위를 가진 기업법 변호사는 재무제표를 막힘없이 읽고요. 심리학 학위를 가진 가족법 변호사는 가족의 역학을 더 깊이 이해합니다.
셋째, 학교 밖에서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을 기르세요. 토론 클럽, 글쓰기 워크숍, 모의유엔(Model UN), 모의재판 대회, 커뮤니티 법률센터 자원봉사. 이 활동들은 어떤 교과목보다 법률 적성을 더 직접적으로 길러 줍니다. 게다가 JD 지원서에도 좋아 보여요.
넷째, 길게 보세요. 자녀가 스물두 살에 로스쿨에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서른두 살에 들어갔어요. 호주의 뛰어난 변호사 중 상당수가 20대 후반이나 30대에 진학해, 스물두 살에는 갖지 못하는 인생 경험과 직업적 성숙과 동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자녀가 방향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 시간은 낭비가 아니에요. 준비입니다.
아이에게 전하는 말
여러분의 자녀가 이 부분을 읽고 있다면, 혹은 함께 나누고 싶다면, 제가 전할 말은 이것입니다.
네 성적이 너를 정의하지 않아. 성적은 네가 할 수 있는 것의 좁은 범위를 재는 시스템에서, 지금 네가 어디쯤 있는지를 찍은 한 장의 스냅사진일 뿐이야. 법조계는 다른 걸 재.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소통하는지, 압박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리고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에 얼마나 깊이 마음을 쓰는지를 재.
나는 공학 과정에서 최고 학생이 아니었어. 로스쿨에 가장 어울리는 후보도 아니었지. 서른두 살, 한국 태생, 서툰 영어, 법률 배경 제로. 모든 지표가 나를 성공 가능성 낮은 사람으로 가리켰어. 그래도 나는 들어가서 열심히 했고 최우등으로 나왔어. 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디서 출발하느냐가 아니라, 계속 나아갈 의지가 있느냐거든. 계속 나아갈 의지가 있다면, 이 직업에는 네 자리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