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시선의 전환 · 제1장 · 불안의 사다리를 내려놓을 때 보이는 길 · 약 5분 독서
사교육비 3억 원의 청구서와 두 장의 미래
모건 하우절의 눈으로 본 한국 교육 매몰비용 vs 호주 변호사 면허의 평생 복리
서울 대치동, 목동, 분당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이 한 명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키워 냅니다. 그 세월 동안 부모님의 가계부에는 묵직한 숫자가 찍혀요.
국가 통계 포털과 교육부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가구 소득 구간별로 펼쳐 놓았습니다. 거기에 12년을 곱해 보았죠. 중산층 가정이 아이 한 명에게 쓰는 사교육비 누적액은 평균 약 1억 6,800만 원이에요. 교육열이 높은 상위 소득 가구는 규모가 더 큽니다. 영어유치원과 대입 재수 비용을 제외하고도 2억 8,500만 원에서 3억 5,000만 원을 훌쩍 넘기곤 해요.
『돈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Money)』의 저자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은 재무적 의사결정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을 짚어 줍니다. 바로 가격표는 보면서 그 돈이 사 오는 자산의 성격을 보지 못하는 것이에요.
부모님들이 “호주 로스쿨 유학은 너무 비싸지 않나요?”라고 물으실 때마다 저는 조용히 종이 한 장을 꺼냅니다. 그리고 두 가지 비용을 나란히 적어 드려요.
줄서기 티켓에 쓰는 3억 원 vs 면허에 투자하는 2.5억 원
첫째는 제로섬 줄서기 비용이에요. 한국 입시에서는, 옆집 아이가 수학 선행 학원을 두 곳 다니기 시작하면 우리 아이도 최소한 같은 자리에 머물기 위해 학원을 늘려야 합니다. 영화관에서 앞줄 사람이 일어서면 뒷줄 사람도 모두 일어서야 하지만 아무도 영화를 더 잘 보게 되지 않는 것과 똑같아요. 12년 동안 3억 원을 쓰고 대학 간판을 얻더라도 졸업 순간 취업 시장의 문 앞에서 다시 처음부터 줄을 서야 하죠.
둘째는 글로벌 전문직 자격 건축비예요. 두 학교를 비교할 때는 등록금뿐 아니라 학업 기간의 생활비와 PLT 기간의 비용도 같은 조건으로 합산하세요. 본드 JD는 2년, 그리피스 JD는 표준 3년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비용 계산기에서 근로소득과 예비비를 따로 확인할 수 있어요.
| 비교 항목 | 한국 고강도 입시·사교육 12년 | 호주 로스쿨(JD 2~3년) + 대법원 임용 |
|---|---|---|
| 예상 투입 자금 | 약 1.7억 ~ 3.0억 원+ (대학 등록금 별도) | 학생 단독 순투입 약 1.62억 ~ 3.05억 원 (학교·본인 근로·장학금에 따라 상이) |
| 핵심 경쟁 구조 | 상대평가 9등급·5등급 및 단판 시험 탈락 구조 | 절대평가 기준 학업 이수(Priestley 11) + 실무연수(PLT) |
| 완주 시 남는 자산 | 대입 수험 종료 (전문직 면허 없음) | 호주 대법원 변호사 자격 + 뉴질랜드 상호인정 + 영주권 직종 적격 |
| 언어 및 무대 | 국내 노동시장 중심 | 영어권 커먼로(호주·NZ·영국·미국·싱가포르·홍콩) 확장성 |
| 정년 및 커리어 수명 | 대기업 평균 40대 후반~50대 초반 퇴직 압박 | 정년 없는 독립 전문직 (경력이 쌓일수록 단가 상승) |
‘갑을병정’의 피라미드 바깥에서 일한다는 것
제가 한국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할 때 가장 힘들었던 건 기술 개발이나 밤샘 코딩이 아니었어요. 계약서 한 줄보다 원청과 하청 사이의 보이지 않는 위계가 더 무거웠습니다. 갑을병정의 압박이 사람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순간들이었죠.
호주에서 변호사로 일한 지난 16년 동안 제가 가장 깊이 감사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연봉의 액수보다 수평적 존엄성이었어요.
호주 변호사는 법원 앞에서 법원의 관리(Officer of the Supreme Court)로 섭니다. 판사에게조차 당당히 법리와 증거로 다투죠. 의뢰인 앞에서는 독립된 전문가로서 조언합니다. 접대 술자리나 학연, 지연은 통하지 않아요. 오직 내가 작성한 서면의 논리적 완성도와 판례 해석의 정교함만으로 승부가 갈립니다.
특히 딸을 키우는 부모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통계가 있습니다. 2024년 호주 전국 솔리시터 프로필(National Profile of Solicitors)에 따르면, 호주 전체 개업 변호사 97,500명 중 56%가 여성이에요. 육아기 유연근무, 주 3~4일 파트타임 전문 변호사, 기업 사내변호사(Corporate Counsel, 17%), 연방·주정부 법무관(Government Lawyer, 14%) 등 선택지도 넓습니다. 생애 주기에 맞춰, 커리어를 끊기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토양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어요.
사랑하는 아이나 인생 2막을 꿈꾸는 배우자에게 우리가 건네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요. 더 비싼 학원보다 내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는 공정한 시스템 그 자체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