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 폭풍우를 건너는 법 · 제12장 · 로스쿨 생존기부터 첫 직장, 그리고 현직 로펌 대표의 민낯 고백 · 약 4분 독서
졸업장 너머의 진짜 세계 — 첫 로펌 취업부터 개업까지의 민낯
첫해의 초라함을 견디고 대체 불가능한 ‘이중언어 전문 변호사’로 우뚝 서기까지
이 책은 시중의 흔한 유학 홍보물과는 결이 다릅니다. 꽃길만 말하지 않고 진흙탕 구간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린다는 점일 거예요.
2010년 10월, 뉴사우스웨일스(NSW) 대법원에서 감격스러운 변호사 임용 선서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때 제 앞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었을까요? 아니요. 서른 중반의 나이, 호주 대형 로펌 인맥 제로인 상태였어요. 한국 억양이 섞인 영어를 쓰던 신입 변호사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호주에서는 해마다 약 8,000~10,000명 안팎의 법학 졸업생이 배출돼요. 시드니·멜버른 대형 로펌의 신입 공채(Graduate Program) 경쟁률은 무척 치열합니다. 유학생 출신 졸업생은 첫 직장을 잡기까지 이력서를 50통, 100통씩 써 내곤 해요. 그 과정에서 거절 메일을 받는 시기가 분명히 찾아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 첫 번째 병목 구간을 뚫고 나가는 실전 공식이 있으니까요.
호주 신입 변호사가 첫 문을 여는 3가지 현실 경로
- 교외 중소·부티크 로펌 (
Suburban & Boutique Firms) 공략:
전체 호주 로펌의 대다수는 시드니 도심 마천루 바깥에 있습니다. 브리즈번 언더우드·써니뱅크, 시드니 파라마타·채스우드·스트라스필드, 멜버른 박스힐·글렌웨이벌리 같은 생활권 거점에 자리 잡고 있어요. 이런 부티크 로펌들은 이민법, 가족법, 부동산 등기(Conveyancing), 상업 임대차, 개인상해(PI), 상속 분쟁 등 실제 시민과 교민의 삶에 밀착된 사건을 다룹니다. 초임은 AUD $65,000~$78,000 수준으로 소박하게 시작해요. 대신 복사만 시키는 대형 로펌과 달리, 1년 차부터 직접 의뢰인을 만나고 서면을 씁니다. 진짜 변호사의 근육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실무 사관학교예요.
- 정부 법무직 & 규제기관 (
Government Graduate Streams) — 영주권 취득 후 강추:
연방·주정부 부처, 공정거래위원회(ACCC), 국세청(ATO), 내무부 등 공공 부문은 전체 변호사의 14%가 일하는 큰 일터입니다. 워라밸이 좋고 육아 친화적이라는 강점이 있어요. 안정적인 커리어를 원하는 분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Bilingual) 가교 시장 선점:
“영어 원어민보다 영어를 조금 못하는데 불리하지 않나요?”라고 묻는 분들께 저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 드립니다.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 사회만 10만 명 이상입니다. 광물, 에너지, 부동산, 프랜차이즈, 방산 시장에 진출하는 수많은 한국 기업도 있어요. 이들은 한국의 비즈니스 문맥을 100% 이해하는 현지 변호사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호주 법원과 정부 기관을 상대로 정확한 영문 법률 서면을 구사하는 변호사 말이에요. 원어민 호주 변호사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여러분만의 고유한 강점입니다!
2년의 감독 수련(SLP)을 지나 QLS 공인 전문변호사가 되기까지
저 역시 개업 초기에는 작은 책상 하나에서 출발했습니다. 밤늦게까지 등기 서류와 비자 거절 재심 사건 기록을 검토하며 한 건 한 건 신뢰를 쌓았어요.
그렇게 24개월의 감독 조건부 실무(Supervised Legal Practice)를 성실히 채워 무제한 개업면허(Unrestricted Practising Certificate)를 얻었습니다. 그 뒤 최소 5년 이상의 집중 실무 경력을 쌓고 까다로운 모의재판, 필기, 구술 검증을 거쳤어요. 2018년에는 마침내 퀸즐랜드 법률협회(QLS) 공인 이민법 전문변호사(Accredited Specialist in Immigration Law)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2026년 현재 퀸즐랜드 전체 변호사 중 극소수만 보유한 인증이에요. 중고 노트북 한 대로 시작했던 작은 개업 사무실도 어느덧 브리즈번과 시드니·퍼스에서 열일곱 명의 동료들이 함께 호흡하는 일터로 자라났습니다.
첫 월급 명세서의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호주 변호사의 연봉 곡선은 계단식으로 조금씩 오르지 않습니다. 임용 3년 차, 5년 차, 그리고 전문 분야가 확립되는 7년 차에 복리 곡선처럼 가파르게 솟아오르죠.